무쇠팬 길들이기 - 시즈닝
- 과학이야기/부엌에서
- 2021. 1. 11. 14:08
무쇠솥을 사용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밥맛이 무척 좋은 무쇠솥 하나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 고심끝에 무쇠팬도 장만했습니다.
지난 번 무쇠솥을 길들일 때는 무쇠 시즈닝의 일반적인 방법을 보고 오븐에서 구웠습니다. 무쇠솥에 밥해먹고 발효종으로 빵을 굽기도 했는데 밥을 하고 나서 약불에 말려서 매일 밥해 먹으니 굳이 기름칠을 하지 않아도 녹슬지 않고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쇠솥을 약불에 말리고 기름칠하지 않으니 빵구울 때 밀가루를 듬뿍 바르지 않으면 가끔 눌러 붙을 때가 있어서 전을 굽는 팬을 하나 가지고 싶었습니다.
전을 굽고 늘 기름을 사용하면 빵을 구울 때도 쉬울 것 같아서 장만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코팅되지 않은 무쇠팬을 생각하니 롯지를 구입할까 싶었지만 국내 전통 방식으로 만든다는 운틴 무쇠팬을 구입했습니다.
가격이 4배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왠지 우리나라에서 만든 무쇠팬이라 근거없는 자부심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시즈닝의 원리
택배로 받은 무쇠 길들이는 방법입니다.
연기가 없어질 때까지 가열하라고 하니 기름의 연기는 몸에 해롭다고 들어서 궁금해 원리를 찾아보았습니다.
시즈닝은 팬의 표면에 얇은 막을 만들어주는 과정입니다.
지방산으로 이루어진 기름은 이중결합이 많은 정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요오드(아이오딘) 수치가 있습니다. 요오드 값이 클수록 이중결합이 많아서 기름 분자끼리 결합하기가 쉽습니다.
불연점보다 높은 온도가 되면 이중 결합부분에서 분자와 분자가 합쳐져서 더 큰 분자가 되는 중합반응을 합니다. 중합반응을 통해 기름 분자들이 단단히 결합해서 막을 형성하고 무쇠팬의 표면에 코팅한 것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요오드 값이 큰 기름은 아마씨기름과 들기름이라고 합니다. 예전 무쇠솥 뚜껑에 들기름으로 전을 부치면 자연스럽게 코팅팬처럼 전을 구울 수 있는 이유인 듯 합니다.
길들이기 과정
새로 구입한 무쇠팬입니다.
은색 표면의 팬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1. 씼기
주방비누를 사용해 두 번 씼었습니다. 물로 깨끗이 헹구고 물을 대충 행주로 닦았습니다.
2. 가열하기
팬을 중불로 가열해서 물을 모두 말립니다.
3. 기름 바르기
들기름을 붓고 광목이나 거즈로 꼼꼼하게 닦았습니다.
기름이 많으면 고르지 않게 기름막이 생길 것 같아서 최대한 다 닦아내고 닦은 거즈로 뒷부분도 닦았더니 기름이 골고루 묻게 되네요.
4. 가열하기
오븐에 하는 이유가 고르게 기름막을 입히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늘 기름 음식만 할 용도라 가볍게 사용해보기로 합니다. 연기가 날 때까지 가열해야 중합반응이 일어난다고 하니 안심하고 후드를 켜고 창문을 열고 가열했습니다.
가열하고나니 연기가 나면서 황금색이 돌다가 점점 검어집니다.
5. 기름붓고 가열하기
기름붓고 거즈로 잘 닦고나서 옆과 뒷 부분까지 기름기 있는 거즈로 닦았습니다. 거즈에 시꺼먼 검댕이가 묻어 나옵니다. 연기가 풀풀 나도록 가열하고 나서 식혀 두었습니다.
무쇠솥을 구입하고 검색해서 길들일 때는 검색 내용마다 좀 다를 때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고 한 단계마다 이유를 모르니 제대로 하는지 몰라 어렵기만 했습니다. 원리를 알고 나니 무작정 따라하던 어려운 길들이는 과정이 좀 더 쉬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기름은 왜 들기름을 사용하는지 오븐에서 하라는 이유나 기름을 닦는 순서도 크게 걱정없이 쉽게 첫 길들이기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계속 기름을 사용하다 보면 점점 더 길들여진 좋은 팬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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